버닝썬' 사건, BBC 다큐가 조명한 한국 언론의 3가지 문제점
'버닝썬' 다큐로 본 한국 언론의 취재 한계와 개선 방안
BBC가 유튜브 채널 ‘BBC 뉴스 코리아’에 공개한 다큐멘터리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공개된 지 3주 만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다큐는 한국 사회에서 큰 충격을 주었던 ‘버닝썬’ 사건을 조명하면서, 왜 한국 언론이 BBC처럼 이 사건을 다루지 못했는지를 묻고 있다.
가해자 중심 보도, 피해자 목소리 묻힌 한국 언론
가해자에 집중한 보도
‘버닝썬’ 사건 당시 한국 언론은 사건을 연예인 범죄와 마약 범죄로 주로 접근하며, 가해자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자극적인 보도가 주를 이뤘다. 이는 사건의 본질인 성범죄 문제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가수 정준영과 승리 등의 범죄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과 성범죄의 심각성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피해자 중심의 BBC 다큐
반면, BBC는 다큐멘터리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상세히 전달하며, 성범죄의 구조적 문제를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가수 고 구하라가 가해자들과 경찰의 유착 관계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BBC 다큐는 또한 강남 클럽에서 여전히 '버닝썬' 방식의 성착취가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했다.
후속 보도의 부족: 사건이 끝난 후의 침묵
한국 언론의 후속 보도 부재
한국 언론은 ‘버닝썬’ 사건을 초기에 집중적으로 보도한 후, 가해자들이 구속된 이후로는 후속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3월에는 2,662건의 보도가 있었지만, 이후에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한국 언론이 사건이 잦아들면 후속 보도에 소홀해지는 관행을 보여준다.
BBC의 장기적 접근
BBC는 이와 대조적으로 사건 발생 후에도 3년간 꾸준히 취재를 이어갔다. 다큐 제작을 위해 정준영의 출소 후까지 추적하며, 사건의 심층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BBC가 사건을 단순히 뉴스 가치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의미와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음을 보여준다.
여성 의제에 대한 둔감한 조직 문화
한국 언론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
한국 언론은 여성 관련 의제를 사소한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 대상 범죄나 성범죄 이슈는 가볍게 다뤄지거나 선정적으로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언론계의 보수적이고 기득권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평등한 보도와 피해자 중심의 심층 보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직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성평등한 시각의 필요성
OBS PD 출신 김수진 전국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언론계의 성평등한 시각과 조직 문화가 성범죄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아이템 결정 과정에서부터 성평등한 시각이 반영되어야 피해자 중심의 보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
BBC의 ‘버닝썬’ 다큐멘터리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가해자 중심의 보도, 후속 보도의 부족, 여성 의제에 둔감한 조직 문화 등이 그것이다. 한국 언론이 성범죄 사건을 보다 심층적이고 피해자 중심으로 보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성평등한 시각과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BBC 다큐멘터리가 던진 사회적 고민은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