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지며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이 논란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작년 12월 국가 조찬 기도회에서 윤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김진표 전 의장은 회고록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말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과 2023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이던 상황을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당시 국회 중재안을 세 차례 제안했지만,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의 취지를 설득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 등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용산이 협상에 나올 의지가 없었다"라고 서술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12월 5일 국가 조찬 기도회에 참석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의 증언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사전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해 윤 대통령을 만났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발언은 이때 나왔다고 합니다.
박 의원은 자신의 메모를 토대로 추가 증언에 나섰습니다. 이 메모는 2022년 12월 5일 작성돼 다음날 수정된 것으로, 이후 추가적인 가감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메모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홍근 의원의 메모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MBC, KBS, JTBC 등 좌파 언론들이 2~3일 전부터 사람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가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정치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진표 전 의장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았기에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을 믿고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내용이 왜곡됐다며 강하게 부인했으나, 구체적인 반박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박홍근 의원은 "상식을 뛰어넘는 인식을 드러내는 발언이 있었는데도 김진표 전 의장이 대통령을 생각해서 정제된 표현을 쓴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이 왜곡된 발언이라고 김 전 의장을 공격하는 게 도의에 맞지 않다. 너무 무책임하다 싶어서 메모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김진표 전 의장이 왜곡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는 "야당의 공세로 규정한다"며, "사실대로라면 심각한 말이지만, 저는 이성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대통령께서 하셨을 거라고는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진표 전 의장은 "극단적 소수 의견이 대통령께 보고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전하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하며, "의도와 달리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발언의 진위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논란이 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