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6월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제기한 퇴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인해 아트센터 나비는 SK본사 서린빌딩에서 퇴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소송은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사적 용도로 쓰였다는 비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트센터 나비는 공익법인으로서의 역할을 주장해왔으나, 실제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사적 소유물로 사용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소영 관장이 관장을 맡고 있는 아트센터 나비는 최 회장의 모친인 고 박계희 여사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설립된 워커힐 미술관의 후신이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은 아트센터 나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이라는 점을 들어 소유권이 최 회장이나 노 관장에게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아트센터 나비가 공익법인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아트센터 나비와의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퇴거하지 않은 것은 무단 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퇴거 소송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관계 파탄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며, 워커힐 미술관과 아트센터 나비의 연속성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재벌가가 운영하는 비영리법인들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도 유사한 사례로, 총수 일가의 내부 갈등으로 인해 운영과 활동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이는 재벌그룹의 비영리법인이 설립 목적과는 달리 사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재벌 총수 일가가 공익·비영리 법인을 경영권 유지나 승계의 도구로 활용해왔으며, 앞으로도 내부 갈등으로 인해 이러한 법인들의 운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82개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491개의 비영리법인 중 106곳은 총수 일가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재벌가의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내부 갈등으로 인해 운영에 영향을 받는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공익법인의 본래 목적을 재고하게 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은 아트센터 나비의 공익법인으로서의 역할과 실체를 다시 한 번 조명하게 만들었다. 재벌가의 비영리법인이 총수 일가의 사적 용도로 사용되는 현실은 개선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많은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