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에서 맨 처음으로 등장하는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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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식.생활의지혜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에서 맨 처음으로 등장하는 '카오스'

 

그리스 신화에서 태초의 혼돈으로 등장했다. 사실 본래는 혼돈이 아니라 '거대한 틈', 그러니까 텅 빈 공간을 의미하며, 카오스라고 하는 의미는 "입을 벌리다(chainein)"라는 것이 본래 의미라고 한다. 본래의 의미는 굳이 해석하자면 공허, 그러니까 Void이다.

그러면서, 카오스(χαος)는 흔히 말하는 '무질서, 혼돈'을 뜻하기도 하지만, 본래 의미는 '아직 정해지거나 구분되어 있지 않는 순수한 청정'을 가리키는 의미였다고 한다.


태초, 즉 세계(우주)가 시작(혹은 시작의 시간)부터 존재했다고 하는, 앞으로 생겨날 모든 존재들은 물론 우주 만물을 품어내었다고 하는 만물의 시작이자 세계의 모든 것들의 원시신이자 곧, 비어있는 혼돈의 공간(혹은 신)에 해당되는 원시신이자, 우주의 생명이자 본질이자 근원이자 곧 모든 것의 기원격에 해당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 전체를 통틀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신격으로, 성별이 없으며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낳은 장본인이다. 다만 이 관점은 오르페우스 교단의 관점이고,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는 다른 관점을 취한다. 이 경우에는 프로토게노이의 일원으로서 개념이 의신화된 존재로 등장한다. 그 가이아의 가장 처음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 중 하나이다. 그러면서, 달리 '질서를 잉태한 혼돈' 혹은 '혼돈에서 떠오른 질서'라는 모순된 신화적인 표현이 있는, 이는 카오스의 개념을 잘 함의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이아가 모든 것들의 원재료가 지닌 원초적인 질료고 에로스가 결합의 원리라면, 카오스는 원초적인 분리의 원리에 속한다고 한다. 동시에 세계의 모든 시작에 해당되는 존재라고 한다. 그러면서 하늘과 땅, 해와 달은 둘째 치고 빛과 어둠, 시간과 소리 등 그 무엇으로도 존재치 않는 공간이자 시작과 끝을 알 수가 없어 그 무엇도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유(有)를 무(無)로 되돌리고, 있던 것을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요소와도 같았다고 한다.

또한, 세상의 유형과 무형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빈 공간이자, 신을 비롯한 모든 만물을 생성해낸 태초이자 최초의 신겨이며 곧 무한의 공간과도 같은 존재라고 한다.

그러면서 존재 자체가 존재의 모든 것과 논리을 초월하는 무한을 상징하는 것은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 이외의 많은 창조 신화들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무(無)의 상태를 의인화한 신이며, 오비디우스는 만물의 모든 가능성을 숨긴 종자와 혼합한 것은 물론, 세계의 모든 씨앗이 섞여있는 상태였으며, 이 카오스를 통해서 세계의 모든 것들과 존재들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 내에서 최초의 존재이자 신이며, 누가 그를 낳은 것도, 만든 것도 아닌 그저 스스로 혼자서 생겨난 그 자체로 거대하기 이를 데가 없는 창조의 힘이자 존재라고 한다.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 "처음에 카오스가 있었고, 그 다음에 가이아가 있었다."라고만 적었는데, -그 다음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의 순서를 의미한다면 가이아는 카오스의 딸이 되겠지만, 단순한 차례를 의미한다면 태초에 카오스도 있었고, 가이아도 있었다는 말이 된다. 전자를 지지하는 쪽이나 후자를 지지하는 쪽이나 말이 돼서 어떤 게 맞는 것인지 확답을 할 수 없으나, 적어도 우리나라의 저명한 신화학자들인 천병희 교수, 강대진 교수 등은 헤시오도스가 카오스와 가이아 그리고 타르타로스 이 셋을 태초에 있었던 3신으로 보았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카오스는 이따금 공기(혹은 대기)의 신으로도 소개되는데, 사실 카오스 자체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이거나 만져지는 두 물체 사이의 빈 공간을 의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당연히 공기이므로 공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공기(혹은 대기)의 여신으로 여겨지다보니,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모든 육상동물의 어머니로, 바다의 여신 탈라사가 모든 물고기의 어머니로 여겨지듯이, 카오스는 모든 새들의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한다.

또 그리스인들은 이 세계의 공기를 3층으로 나누었는데, 맨 아래는 두려움의 원천이 되는 어둠의 에레보스가, 맨 위는 영원불멸하는 신들이 마시는 신성한 공기의 아이테르가 위치해 있는데, 그 중간이 바로 카오스다. 이때의 카오스는 특별히 구분하여 Αήρ라고 칭하며 우리말로 소리내어 읽는다면 아에르가 된다. 우리가 흔히 공기라고 말하는 Air가 여기서 나왔다.

덧붙여 왜 공허한 상태의 카오스가 지상의 무질서한 바람과 연결되었는지도 헤시오도스는 설명하는데, 본디 바람의 근원은 아스트라이오스와 에오스의 아들들인 아네모이로, 바람이 질서를 지키며 불었다. 그런데 폭풍을 몰고 다니는 괴물 티폰이 올림포스를 개박살내겠다며 행패를 부릴 때 나온 돌풍들이 지상을 가득 메워 신들의 공기와 구별되었다는 것. 그래서 원래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는데 이 때문에 항해가 어려워졌고, 애써 열심히 가꾼 농사도 망친다고 서술한다. 그 혼란스러운 점을 착안하여 카오스에게 공기의 신이라는 이칭이 붙여진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가이아, 닉스, 에로스가 탄생해 세상이 형성되었다는 설화와, 카오스에서 에로스가 먼저 탄생한 뒤 둘의 자식으로서 가이아와 닉스가 탄생했다고 하는 설화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에는 남자, 후자의 경우에는 에로스가 남자로 묘사되기에 여자다.

그러면서 가이아, 에로스처럼 만물(우주)을 탄생시킨 3대 근원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은 물론, 우주 모든 것들의 근원과도 같은 존재라고 한다.

가족관계를 나열해 보자면, 같은 프로토게노이인 에레보스, 닉스, 아이테르, 헤메라는 자식이고, 여러가지 감정을 추동하는 존재인 다이몬(영혼)은 후손에 해당되며, 운명의 여신인 모이라이는 손녀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혼돈의 신인 카오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 세계관에서 맨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절대적인 정신 즉 세계 창조자적인 신으로 나옴으로써 직접적으로 인간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카오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내에서는 비중도 낮지만, 당시 그리스인들은 카오스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카오스에서 와서 카오스로 간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카오스는 존재 자체가 만물(우주)의 시작이면서도 곧 만물의 끝에 해당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신화학에서 카오스는 '혼돈 상태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세상'이 아니며, 인간의 영이 존재의 신비(창조)와 마주치게 될때 인간의 영의 더할 나위 없는 혼돈 그 자체이기도 하며, 그렇기에 카오스 또는 신비는 현존하는 세상에 대한 두 가지 인식 가능한 원리와 '한계 밖'에 있는, 즉 분화되는 물질이 아닌, 분화시키는 영의 '한계 밖'과도 같다고 한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코스모스를 이루는 존재의 바탕(原質 arche)가 바로 이 카오스로, 그렇기에 카오스는 코스모스의 원질격 내용이고, 코스모스는 이러한 카오스를 색다르게 구성하는 형식이라고 한다. 이는,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동일한 것으로, 원질로 따지자면은 서로 같고 형식에서만 차이가 나는 거와 같다고 할 수가 있으며, 그 자체로 카오스가 변화한 모습이 바로 코스모스라고 한다.

유선경의 <나를 위한 신화력>이라는 저서에 따르면, 이 카오스는 새로운 탄생의 질료이자 생명을 탄생하는 근원에 해당되며, 기원전 8세기경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무것도 존재치 않는 절대공간'이었으나, 기원전 6세기경부터 피타고라스에 의해 '아무것도 없는 것은 곧 무질서한 것'으로 정의됨에 따라 '4원소가 뒤섞인 상태'라는 뜻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태초의 원시적인 생명력에 해당되는 카오스는 한 번도 죽은 적 없이, 인간의 무의식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후대의 창세 신화에서는 카오스는 더 이상 최초의 존재가 아니게 되었으나 좀 더 구체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비디우스의 전승에 의해 카오스는 태초의 혼돈이자 무질서로 여겨졌으며, 인격신으로써 그려지는 사실상 없으나 만약 그럴시에는 여신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카오스는 부모 없이 스스로 태어난 존재이지만, 오르페우스교에서는 섭리와 숙명의 여신인 아난케와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하기누스 이야기 서문에서는 안개의 신 칼라가네가 부모로 나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