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 초밥 1인분이 배 안 부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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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 초밥 1인분이 배 안 부른 이유


2020. 11. 30.

요식업에 몸 담아본 적이 없는 시청자들은 이 방송을 통해 현 시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요식업을 만만하게 봤던 자영업자들 스스로의 과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다름아닌 첫 방송부터 백 대표가 언급하기도 했던 것이 바로 이 것.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세계물의 클리셰와 같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중. 이 방송을 보고 나면 "(대다수의 자질 없는) 업주들이 장사 자체를 개판으로 해놓고 망하는 걸 최저시급 같은 남 탓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반응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일명 '국내 최고의 정부 실드 프로그램'. 앞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요식업의 'ㅇ'도 모르고, 사업의 'ㅅ'도 모르는 사람들이 기본 지식, 자영업에 임하는 자세조차 없이 식당을 냈다가 폭망한 주제에 남 탓하는 추한 모습이 일명 '골목식당 빌런'이라는 별명하에 편집에 편집을 하고도 계속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해방촌 원테이블만 봐도 기본기 없이 하다가 백종원에게 한소리를 제대로 먹었고, 백종원의 피를 쏟는 개선 덕분에 원테이블은 기본기를 갖추고 정상 반도에 올라왔다. 이로 인해, 원테이블은 백종원을 가로등 또는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부르며 존경한다.

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잘 해서 무작정 뛰어든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런 식당은 진짜 전문 셰프들이 하는 레스토랑에게 밀린다. 포방터 돈까스집이나 청파동 함흥냉면집 같이 정말 실력 있고 맛있는 맛집급 실력의 사장님도 이 방송을 하기 전까지 겨우겨우 버텼던 게 현 시대 대한민국 자영업의 현실이다. 결국 좋은 맛은 기본에, 음식의 질과 단가 사이의 줄타기를 잘해서 맛을 유지하면서도 적정한 단가에 만들어 이익을 남기고, 그걸로 발전 동력을 더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맛도 없는 주제에 가격까지 창렬하다? 무조건 망하고, 망해도 싸다.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들이 생각하는 입맛을 한 번에 잡는 건 백종원이 직접 해도 힘들다. 백종원이 이미 충분히 남부럽지 않게 성공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손가락만 튕기며 지내도 부족함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임에도 아직도 끊임없이 직접 메뉴 연구를 하고 있는 까닭은 심심해서가 아니라 시장 변화에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다. 거기다 이미 레드 오션이라는 말도 부족하고 블러드 오션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옆 가게를 죽여 흘린 피를 내가 빨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 과당 경쟁에 내몰린 요식업계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것으로 뛰어들려면, 입지 조건부터 시작해서 주변 상권 조사까지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다. 

객관적인 맛 평가가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장사를 통해 나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메뉴 개발, 기존 메뉴의 개량, 단가와 관리비를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기술 및 손님을 응대하는 접객 능력과 손님의 마음을 캐치해 서비스에 반영하는 자세 등은 물론이다. 심지어 운도 필요하다. 그래서 경험 없이 요식업에 뛰어드는 대부분은 망할 확률이 그나마 적은 프랜차이즈 식당 개업을 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유명세에 기댈 수 있는 것도 이점이지만, 진짜 이점은 기타 자잘한 것들(입지 선정, 인테리어 시공, 직원 교육, 장비 제공, 식자재 제공, 메뉴 개발 등)을 프랜차이즈 본사가 다 처리해주기 때문. 지금은 본 방송에서 참가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국내 굴지의 프랜차이즈 대표인 백종원조차도 과거에는 수 차례 망해본 적 있던 사람이다. 즉 부모에게 좋은 조건 다 물려받고 시작하는 식으로 참가자들과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한 사람이 아니라, 참가자들과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었던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리모델링도 필수로, 백종원이 잘 굴러가고 있었던 해방촌의 횟집에게는 메뉴 개선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해줬던 것이 그 예. 그 결과, 해방촌 횟집은 사람이 더 늘어났다.

청년구단의 초밥집 사장이 알탕을 배우러 해방촌 횟집 갔다가 백종원이 떠오르는 황규상 사장에게 탈탈 털리면서도, 황규상 사장이 방송을 나오고 나서 너무 바빠서 없애버린 메뉴가 많았다고 했다. 골목식당만 보고 '역시 자영업자들이 망할 만 했군' 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우선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가게들부터가 절대 대다수는 백종원 표현대로 국민적 망신을 당할 각오로 출연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 가게들이 메인이고 소위 빌런들은 그 중에서도 최정예 극소수이기 때문에 애초에 일반화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그리고 역시 백종원이 말 했듯히 사람은 남 지적할 때만 눈이 훤해지지만 자기 자신은 못 본다. 과연 시청자들과 그 직장 동료들이 각자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골목식당과 똑같은 컨셉의 프로에 출연한다면 그 중 몇이나 방송에 멀쩡하게 나갈지 생각해보면 답 나온다. 열에 아홉은 잔소리를 한 사발씩 들을 테고, 어디를 가든 빌런 하나씩은 나올 게 뻔하다.

시청자들이 보통 백종원에 감정이입하며 보기 때문에 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대한민국 평균'은 백 대표가 아니라 출연하는 자영업자들 쪽에 압도적으로 가깝다. 일부 몰지각한 주장들은 사실상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 정리하자면, 요식업자들 개개인이 문제인 게 아니라 원래 절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 분야의 본좌급 능력자들의 시선에서는 더럽게 무능한 거고 이게 당연하다. 상식적으로 온 가게들이 백종원이 인정할 만한 수준인 나라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원래 안 되는 가게들 위주로 모아놨는데, 거기서 또 방송 구도상 백종원이 열불 내고 사장들이 논란이 될수록 재밌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상황상 자연스러운 연출적, 출연자 선정의 편향성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까지 감안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결론을 내리면 분명 방송에 나오는 업장들의 문제점들이 많고 그 상태도 심각한 수준은 맞지만, 그것이 '특별한'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요식업의 평균적인 현실이란 점을 일단 인정해야 하며, 방송으로서의 연출, 편향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미리 고려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