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으로 단련된 '김성모'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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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으로 단련된 '김성모'의 과거


2020. 11. 29.

단순히 도장 찍기식의 만화만 양산했다면 그저 그런 3류 만화가로 잊혀졌겠지만 의외로 괜찮은 작품들을 한번씩 뽑아내기도 하고, 생각보다 투철한 작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 만화가중 한명이다.

공장장이니만큼 양산형으로 대충 찍는 만화와 진지하게 그리는 만화의 퀄리티가 천지차이인데, 후자와 전문 영역인 성인 극화물이 결합될 경우는 놀라운 몰입감과 재미를 보여준다. 대털, 용주골, 999.9 마신 등이 대표적인 예시. 특유의 만물 조폭사시미배틀물화나 쌈마이한 내용은 그대로지만 전개의 힘으로 단점을 찍어누르는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사실 저 쌈마이함도 가끔씩 작품 분위기랑 맞아떨어져 장점이 되기도 한다. 조폭물에서 무림고수와 특수부대, 마피아, 총이 맞붙는 만화로 변했음에도 오히려 그게 만화의 재미를 늘린 조폭아가씨 등이 그 예시.

문하생 시절에도 그가 강조하는 것처럼 근성이 대단했다고 한다. 고전적 만화가 화실은 지우개맨-배경맨-몸맨-얼굴맨 등으로 작업이 분업화 되어있고 당연히 단계적으로 급여 수준이 차이나며 대우도 달랐다고 한다. 당시 기준 지우개맨은 월급 15만 원. 배경맨은 월급 75만 원이었다고 한다. 만화가 문하생이 누구나 그렇듯 김성모도 만화가가 데생 후 펜선을 입힌 뒤, 남아있는 연필 자국을 지워주는 '지우개맨'으로 시작했는데, 하루 종일 지우개질을 하고 취침 시간이 되면 몰래 자기 작품을 준비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배경맨이 되기 위해 고참들이 그려놓은 배경을 끝없이 따라 그리고, 좀 더 역동적인 배경을 제안하기 위해 사비로 취재도 다녔다고 한다. 본인 회고로는 경쟁 관계인 다른 문하생이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본인도 자지 않고 뭔가 해야 직성이 풀렸다고.

성인극화 시장에 진출했을때에도 작품의 리얼리티를 위해 신변의 위협마저 감수하고 뒷세계를 취재하러 다녔으며, 실제로 사채를 빌려서 안갚아본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젠 부와 유명세도 제법 얻은 만화계 중견작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때에는 늘 독자들에게 감사한단 말을 잊지 않는다. 김성모에 비하면 한없이 짧은 경력을 가진 웹툰작가들이 독자를 개돼지로 취급하며 비하하는 일이 숱하게 있었던 것에 비하면, 김성모 본인이 출판 만화 시절부터 독자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한 세대여서 더 그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