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2.
드립커피란, 분쇄한 커피 빈(Coffee Bean, 커피 콩)을 거름망을 장치한 깔때기(Dripper)에 담고, 온수를 통과시켜 추출하는 커피다. 만약 온수가 아닌 냉수를 이용하면 콜드 브루 커피가 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드립커피라고 하며, 푸어오버(pourover)는 물을 한번에 붓는 방식만을 한정하여 사용된다. 이 때는 소위 '정드립'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나눠 붓기 드립법과 구분되는 추출기법을 의미한다.
영미권에선 '드립 커피(Drip coffee)'보단 '푸어오버 커피(Pour-over coffee)'나 '필터드 커피(Filtered coffee)'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한다. 에어로프레스 등 다른 비 에스프레소 추출과 뭉뚱그려 표현할 땐 '브루드 커피(Brewed Coffee)'로 표시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찬물로 내린 커피를 콜드 브루 커피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기서 파생된 용어이기 때문. 기원은 독일의 멜리타이지만 도구와 기법의 실질적인 발달은 일본에서 주로 이루어졌기에 일본식 커피(Japanese Coffee)로도 종종 부르는 경우가 있다.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와 비교하면 드립 커피는 필터에 통과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때문에 미분과 유분이 걸러지고, 같은 농도의 아메리카노와 식감에서 차이가 있다.
독일 드레스덴의 주부였던 멜리타 벤츠(Melitta Bentz, 1873-1950)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튀르크 커피처럼 완성된 커피에 항상 원두 찌꺼기가 남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부엌에서 실험한 끝에 깡통 바닥에 못으로 구멍을 뚫은 뒤 그 위에 종이를 올려 커피 우린 물을 아래의 주전자에 걸러내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참고로 그 종이는 그녀의 아들이 학교에서 쓰던 공책이었다고 한다. 이후 깔끔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그녀의 새로운 방식이 주변에 알려져 효과를 입증받자, 1908년 6월 20일 자신의 커피용 종이필터 모델을 베를린 특허청에 등록하고, 같은 해 12월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가족회사를 설립하여 멜리타 커피필터(Melitta Kaffeefilter)를 상표로 하는 원통형의 깔때기모양의 드리퍼와 그에 맞는 규격의 일회용 종이필터를 생산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멜리타의 커피필터는 푸어오버 방식으로 추출되며 드립 커피의 시초가 되었으며, 거듭된 개량을 통해 리브와 기울기가 생기며 1930년대 지금의 사다리꼴 모양이 되었다. 독일의 멜리타 커피필터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 후 일본으로 들여지며 오랜 차문화와 만나 한층 발전되어 현재의 핸드드립 문화에 이른다. 그녀가 설립한 멜리타사(社)는 세계적으로 드리퍼와 필터뿐만 아니라 드립 커피 메이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진공포장원두로 유명하다. 단 국내에서는 영어식 발음으로 상표등록이 되어 밀리타로 표기되고 있다.
다른 커피와 달리 사람의 손으로 직접 물을 조절해 가면서 추출하며, 그에 따라 기본 요소 - 원두, 물맛, 드리퍼의 특성, 물의 온도, 그라인더의 특성, 필터의 종류, 물을 어떤 속도로 어느 정도 어떻게 부어 커피를 우리는가에 커피 맛이 좌우된다. 프렌치프레스나 모카포트, 침출식 콜드브루 등에 비해서 우려내는 과정이 멋있는 편이라 일본에서는 다도 문화에서 영향을 받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정보나 용품 등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입문자도 많다. 또한, 기술적인 요구사항이 많기에 가장 바리스타의 실력이 드러나는 추출법이다. 원두의 품질이 곧 결과물의 품질로 직결되는 프렌치 프레스와는 극단적으로 반대 방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나 더치 커피에 비해 묽게 추출된다. 추출되는 것은 묽지만 결국 앞의 둘도 어지간해선 희석해서 먹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농도는 비슷하다. 특히 통상적인 비율로만 따지면 대체로 아메리카노는 드립보다 묽게 희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희석 비율은 취향이니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종이 필터 기준으로, 유분기 없이 추출되며 깔끔한 맛을 낸다. 융 드립의 경우 커피의 유분을 걸러내지 않기 때문의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이 크게 드러난다. 이런 이유로 융드립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융드립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커피의 개성을 죽여버린다며 종이 필터가 좋다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종이필터와 융드립 커피는 취향문제일지도 모른다. 현대 브루잉 커피의 경향이 클린한 맛이 유행이기도 하고.
드립 방식에는 크게 금속/천(융)/종이가 쓰이는데, 뒤로 갈수록 유분 흡수력이 강하고 미분(커피가루)의 잔여도 적어진다. 보통 종이가 가장 많이 사용되며 흔히 드립 커피라고 하면 이것을 의미한다. 뒤로 갈수록 많이 걸러진 커피가 추출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단점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게, 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면이 달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바리스타 내에선 오히려 드립 커피의 필터가 커피오일을 잡아주면서 원두의 특성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실제로 커피오일이 가진 `맛`이 존재하며, 미분에 의한 `맛`도 당연히 존재하는데, 이것들을 `커피 본연의 맛`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따라 의견이 나뉘게 될 것이다. 다만 아직 이러한 맛은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
드립 커피에 쓰일 만큼 관리된 원두들은 생산국가, 농장 등으로 세분화한 다음 맛 표기인 컵 노트까지 분류하면서까지 차별화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즉 기름기 없이 깔끔한 맛을 지향한다면 핸드드립을, 유분을 즐기고 싶다면 프렌치 프레스가 홈 카페에선 좋은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한편 가공 기술이 발달하여 필터의 재질에 따라서 기존 종이 필터에서 걸러졌던 원두의 향미 물질을 어느 정도 뽑아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바리스타가 화려한 기술을 과시하기보다는 원두의 특성을 살리고 추출 결과물을 균일하게 하는 쪽의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바리스타의 기술을 드러낸다기보다는 한 품종의 커피(싱글 오리진)가 가진 명확한 맛(클린 컵)의 표현을 위한 추출 방식으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추출 결과물을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클린컵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100% 바리스타의 실력이다. 대회라는 특성상 심사위원의 눈도장을 받도록 화려한 기술을 사용하는 도박을 거는 게 입상에 유리하지만, 손님들에게 내드릴 커피는 일관성이 제일 중요하다. 거기에 요즘 커피 트렌드가 깔끔한 맛이기에 균일성+클린컵까지 요구되는 것이다. 당장 평소에 드립 좀 한다는 일반인이 같은 커피를 동일 조건으로 2잔 내린다고 해서 두 잔 모두 같은 맛으로, 좋은 맛을 내기란 매우 어렵다.
싱글 오리진에 있어서 드립이 에스프레소에 비해 갖는 강점은, 에스프레소는 고압 고온에 급속도로 추출하는 특성상 각각의 개성이 강한 싱글 오리진 원두마다 일일이 세팅을 맞추려면 바리스타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적지 않게 요구하기에 난이도가 매우 높아지고, 상업성도 떨어진다. 때문에 보통 에스프레소는 가게를 대표할 수 있고 아메리카노/라떼 등으로 다양하게 쓰기 좋은=대중성이 좋은 블렌드 원두를, 드립으로는 한 잔에 강렬한 개성을 표출하는 싱글 오리진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갖추어야 할 조건이 에스프레소 머신 등에 비하면 단순하고, 저렴한 특징이 있다. 그럴듯한 핸드드립 세트를 갖추는 데 필요한 금액은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0만원 근처면 드리퍼, 입문용 그라인더, 온도계, 커피용 저울, 드립포트 정도를 구매할 수 있다. 모카포트와 비슷하거나 살짝 높은 가격대라 할 수 있다. 물론 침출식 콜드브루나 프렌치프레스 등에 비하면 비싸긴 해도, 기구 하나만 해도 최소 10만 원이 넘어가는 사이폰이나 백만 원 이상은 줘야 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청소법이 간단하고 종이필터를 보충하는 것 외에 별다른 유지보수가 필요 없다. 추출 후에는 커피 찌꺼기를 필터째 분리해 버린 다음 드리퍼를 물에 씻기만 하면 된다. 여담이지만, 사용 후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 및 드립 필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도 상당수 존재한다. 남아있는 향을 이용하여 탈취제로 사용하거나, 기름때를 흡수하여 버리는 것 등. 지렁이 사육하는 사람들은 커피 찌꺼기를 필터째로 지렁이한테 주기도 한다.
때문에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여가를 즐기기 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