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던 타인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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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던 타인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은 시민들


2020. 12. 3.

한국은 OECD 1위에 가까울 정도로 자살률이 높다. 매년 10,000명~15,000명이 목숨을 끊는다. 자살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연령대별로 겪는 주된 고민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주요 자살 사유도 이를 따른다.

한국 자살률은 외환 위기 이후로 크게 올랐다. 외환위기는 심각한 양극화를 일으켰다. 이는 자생이 힘든 노인세대에 치명적이었다. 그 결과 노인층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세대가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많은 가계부채 부담, 개인주의 확산, 정신질환, 미흡한 노후준비로 영향을 받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살률이 오르기도 했다.

10대는 학교/학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또 가치관 형성에 따른 내적 갈등이 심해지는 시기인 만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업, 왕따 관련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9년 기준 10~14세 아동 가운데 매년 많게는 70여 명이 자살한다.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고민에 의한 자살률은 일반 청소년보다 3배가량 높고, 10대 청소년 자살자 중 30%에 가깝다.

20대는 대학 진학 후 연애문제, 구직난 등이 주를 이룬다. 20대 남성은 군대에 가게 되는데, 악질 선임, 심한 괴롭힘, 구타, 연인에게서 받은 이별 통보 등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공개적으로 발표된 통계에서는 한 해에 수백 명씩 자살한다. 그러나 자살 사건 대부분이 언론을 타지 못하고 내부에서 묻히는 편이라 알려진 것보다 많을 수 있다.

30대 이상부터는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어 자살하는 예가 많다. 이 중 중년층 자살률은 OECD 2배에 달한다. 비율도 높지만, 숫자로 봐도 가장 많다. 사업 실패, 재취업 불가와 같은 경제적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 3배 이상이다. 자식과 사회에서 외면당하여 생기는 외로움, 왕년과 다르게 사회에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는 허탈함, 경제 문제, 만성 질병과 신체적 불편함이 가져오는 스트레스가 겹쳐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은 부양의무제라는 법적 제도를 세워두고 있는데, 혈육 가운데 경제적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현재 상황이 어떠하든 기초생활수급제와 같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통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자살자가 2배 이상 많다. 그런데 국내외를 불문하고 자살 기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WTO는 이렇게 자살기도율과 실제 자살률이 다른 것을 시행할 때 행동력 차이가 원인으로 본다.

유명인이 자살로 목숨을 끊으면 연쇄적으로 청소년 자살률이 높아진다. 이것을 베르테르 효과라 부른다. 독일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가 자살하자 그 당시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처럼 권총 자살을 한 데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