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1.
2023년 6월 18일,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사의 심해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이 RMS 타이타닉의 잔해를 구경하는 관광 코스를 위한 잠항 후에 실종되었다.
타이타닉호를 탐사하던 이 잠수정은 잠수를 시작한 지 약 1시간 45분 만에 연락이 두절됐다. 미국·캐나다의 해안경비대는 실종신고를 접수해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잠수정에는 해당 업체의 CEO인 스톡턴 러시,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해미시 하딩, 파키스탄인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술라이만 다우드와 프랑스인 탐험가이자 타이타닉만 30년 넘게 연구한 폴앙리 나르졸레까지 총 5명의 남성이 탑승했다.
'타이탄' 이라는 이름의 이 잠수정은 이번이 세번째 항해로, 무게는 14.3톤 가량, 공식 스펙상으로는 4,000m 수심까지 도달할 수 있다. 미국 해경은 실종자들이 살아있다면 잠수정 내에서 70시간에서 최대 96시간, 즉 3~4일[2]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수면에 있는 모선에서 바닥에 가라앉은 타이타닉까지 도달하는 데는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하지만, 잠수 1시간 45분만에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에서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하는데, 하나는 잠수 과정에서 선체가 손상되어 누출이 발생했을 가능성. 이 경우 수압 때문에 선체가 바로 압궤되어 손쓸 틈조차 없이 삽시간에 선내 전체가 침수되며 전원 익사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연락 두절을 확인한 직후 수면으로 올라왔을 가능성인데, 이럴 경우를 대비하여 미국 및 캐나다 수색 당국은 정찰기를 동원해 수면에 혹시 올라왔을지도 모르는 잠수정을 샅샅이 찾고 있다고 한다. 잠수정에 있는 무게추(drop weight)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속장치가 용해되어 어떻게든 잠수정을 수면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되어 있는데, 그러나 잠수정이 수면에 떠올라도 선체 대부분이 잠겨 있고 흰색인 관계로 수면에서 식별이 쉽지 않을 것이라 한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해안경비대가 잠수함과 함정을 동원해 실종된 잠수정을 수색 중이지만 이번 구조가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해안경비대는 항공기 2대, 잠수함, 수중 음파 탐지기 부표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육지와 거리가 너무 멀고, 잠수해야 할 깊이가 매우 깊어 수색이 쉽지 않다. 만약 잠수정이 타이타닉호와 멀지 않은 심해에 고립되어 있다면 유인 구조선으로는 접근 자체가 힘들고, 시야 확보도 되지 않아 구조 활동에 제약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역사상 가장 깊은 수심에서 진행된 수중 구조는 1973년 아일랜드 근해 켈트해에서 고립됐다가 76시간 만에 구조된 잠수정 사례가 있는데, 이 당시 수심도 480m 정도인데 문제는 실종된 잠수함은 훨씬 더 깊은 수심 3700m를 향해 잠수하다가 실종된 상황이다.
실종된 잠수정을 찾는 것도 매우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간신히 찾는다고 해도 구조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사고 1년 전 문제의 잠수정에 탑승한 적이 있었던 CBS 기자 데이비드 포그가 자신의 경험을 말하길, GPS 장비와 라디오는 깊은 심해에서는 작동하지 않으며, 외부에서 볼트로 밀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안쪽에서 문을 여는 것이 불가능하다. 만약 스스로 수면 위로 올라온다 하더라도 자력으로 탈출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기적이 일어나 육지로 나오더라도 구조대가 제때 발견해주지 못하면 그대로 갇혀만 있다가 질식사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모선과 안전케이블 등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 심지어 밸러스트 추는 '선반 위에 얹어진 파이프'이며 탑승한 사람들이 모두 한 쪽으로 몰아 앉으면 추가 굴러 떨어지면서 작동하는 황당한 방식이라고 한다. 거기에 제대로 된 계기판 같은 것도 없고 구형 로지텍 콘솔 컨트롤러를 개조해서 만든 버튼 조작으로 움직인다. 대서양에서 정상적으로 오래 떠있기도 힘들고, 설령 그렇다 해도 잠수정에는 조난 신호기가 없다. 생존자가 있어도 자신이 여기 있으니 구해달라고 외부에다 표시할 방도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잠수정 색깔조차 눈에 잘 띄는 오렌지색이 아닌 백색이라 운좋게 수면에 떠올라도 항공수색으로 찾기 힘든데, 구명보트도 심지어 비상식량도 없어 매우 절망적인 상황이다. 한마디로 위험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탈출에 대비한 장치도 없는 어처구니 없는 물건을 관광상품이랍시고 심해 4천미터를 왕복하게 하는 도박을 해왔던 셈이다.
저렇게 허술한 이유는 미국 어느 등록기관에도 등록되지 않아 아무런 관련 규제에 엮여있지 않아서다. 콘솔 패드로 잠수정이나 드론 등의 기기를 조종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저 잠수정의 패드는 2005년 발매된 로지텍의 구형 무선 게임패드 F710모델이며 블루투스 연결이 끊기는 문제가 종종 있다고 한다. 지난 2022년 여름에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쉬가 CBS 뉴스에서 타이탄의 조종 장치를 공개했는데, 스톡턴 CEO는 로지텍 무선 게임패드 F710을 들어 보이며 "타이탄 전체는 이것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러쉬는 조종 장치를 보여주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며 "특정한 것들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데 IT매체 더버지는 격렬한 게임 플레이 도중 컨트롤러가 고장나는 사례를 언급하며 고장시 치명적인 작업에 일반적인 무선 장치가 널리 사용되는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타이탄의 경우엔 이동을 포함하여 선체 자체를 게임 패드에 의존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고장날 경우 더욱 치명적이라 위험성이 매우 높다.
하나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이미 일어나는 법이다. 이 사건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5년 전인 고위 직원은 2018년 회사와의 소송에서 잠수정을 제대로 시험하지 않은 것이 "탑승객들을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양학자와 다른 잠수정 기업 임원 등 30여 명이, 해양과학기술학회(MTS) 유인잠수정위원회 명의로 스톡턴 러시 오션게이트 최고경영자(CEO)에게 2018년 서한을 보낸 바 있는데 이들은 오션게이트의 잠수정에 대해 "재앙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오션게이트의 잠수정 개발을 "만장일치로 우려한다"고 명시했다. 회사 측은 타이탄 잠수정이 위험평가기관의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기관에 평가를 의뢰할 계획이 없었다. 심지어 해당 잠수정은 회사와의 소송을 한 전직 직원의 폭로에 따르면, 대외적 스펙과는 달리, 고작 1300m 까지만 잠수할 수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잠수정 업계는 안전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채 심해 탐사를 위한 잠수정을 건조하려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 편지를 보낸 뒤 통화도 했지만 러시 CEO는 이 전화에서 '규제가 혁신을 억압한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오션게이트의 법률·운영고문인 데이비드 콘캐넌 역시 1년 전 버지니아주 동부연방지방법원에 낸 서면 자료를 통해 타이타닉호로 가는 첫 잠수에서 이 잠수정에 배터리 문제가 생겼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 항해 이전에도 잠수정 위치를 찾을 수 없었던 적이 있었고, 타이타닉을 300미터 앞두고 전진을 하려고 스틱을 앞으로 기울이면 추진기 하나가 역추진을 해서 360도 회전밖에 안 되는 고장이 일어난 적 있고 모선의 CEO가 “그럼 혹시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전진하냐? 90도 돌려서 컨트롤러를 잡아”라고 해서 해결한 바 있다고 한다. 사고 5주 전 이미 잠수정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현지시간으로 20일 오후 1시쯤, 잠수정에 숨쉴 수 있는 공기가 40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 해군은 수색 지원을 위해 소형 선박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가를, 프랑스는 수중 로봇을 실은 배를 파견했지만 북대서양 지역의 수면과 수중을 24시간 살펴보고 있음에도 별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2023년 6월 20일, CNN은 실종된 타이타닉호 관광 잠수정 수색 중 구조대가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 당국이 음파를 탐지한 결과, 잠수정을 두드리는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 잠수정 내에 있는 실종자들이 잠수정을 두드리는 방법으로 구조 신호를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실종자 중 가장 유명인사는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탐험가인 해미시 하딩(Hamish Harding, 58)이다. 하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 항공 산업의 판매 및 운영을 다루는 국제 기업인 액션 애비에이션(Action Aviation)의 회장이다. 2019년 지구 일주 기네스 세계기록을 취득했고, 2021년에는 2인 잠수정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챌린저 해연을 방문, 2022년에는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통해 우주여행을 경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