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표절 논란 "비교해서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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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표절 논란 "비교해서 들어보기"


2022. 8. 1.

 

 

2022년 6월, 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이 소속사 안테나의 브랜드 협업 프로젝트 '생활음악'을 통해 발표한 음악 《아주 사적인 밤》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발단이 되어 번진 논란이다.

당초 논란이 된 곡은 유희열 본인이 예정된 발매를 연기하고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사과하고 나서 '유사하기는 하나 표절이나 법적 대응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는 답변을 받으면서 해결되는 듯하였다. 하지만 이 답변이 잇뮤직크리에이티브라는 회사가 공개한 내용과 의혹 제기를 한 당사자가 사카모토에게 문의하여 받은 답변의 뉘앙스가 달라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고, 이후 여러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에서 특정 곡을 수 초씩 잘라 만든 클립 영상을 연달아 올리며 과거 유희열이 작곡한 다른 음악들에 대해서도 연쇄다발적으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대되었다.







아주 사적인 밤 [00:34~01:06] / Aqua [00:00~00:58] 부근의 유사성



인터뷰 영상은 사건이 심화된 이후에야 공개되었으나, 음악인 활동 경력이 있는 도희서 작가의 항의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는 프로젝트 음악《아주 사적인 밤》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와 너무 유사하다고 느껴 음악 영상이 올라간 안테나 체널에 댓글을 달았으나 댓글이 사라졌고, 소속사에 이메일을 세 차례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도희서 작가가 운영 중인 브런치에서 그의 입장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고, 답글에는 방문자들의 댓글을 통해 작곡에 대한 전문 지식을 동원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작곡에 관심 있다면 참고해보면 좋을 것이다.



2022년 6월 14일, 유희열 측은 해당 곡에 대한 유사성을 인정하고 발매를 연기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에피소드에서도 논란이 되자 6월 중순 공개 예정의 Ep.8 Good Night 공개를 연기했다.



피아노 작곡가 JUNJO의 《내가 켜지는 시간》 표절 의혹 제기





내가 켜지는 시간 [00:21~00:51] / 1900 [00:01~00:21] 부근의 유사성



2022년 6월 15일, 피아노 작곡가 준조(JUNJO)는 두 번째 의혹 제기가 있었다. 그는 "유희열의 《내가 켜지는 시간》과 사카모토 류이치의 《1900》에 유사성이 있다."며, "사카모토 류이치는 영화 '1900년'에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을 피아노로 편곡해 선보였다. 유희열은 같은 멜로디를 메인 테마로 가져오면서 원작자(모리꼬네)나 편곡자(사카모토)에 대한 언급 없이 본인의 곡인 것처럼 작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잇뮤직크리에이티브 측은 "사카모토 측이 '1900'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으며 아티스트는 더 이상 이 이슈가 지속 확산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6월 20일, 《류이치 사카모토 소셜 프로젝트 코리아》 기획을 진행하는 잇뮤직크리에이티브는 자사의 SNS를 통해 사카모토 류이치에게서 전달 받았다는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요약하자면 "Aqua는 유사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나 표절이나 법적 대응이 필요한 수준까지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유희열의 새 앨범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는 내용도 밝혔다.

또한 기존에 잇뮤직크리에이티브가 게시한 입장문은 '공식 입장문'이 아닌, 사카모토 류이치가 유희열에 전하는 '사적인 메시지(private message)'였으며 이를 인터넷 매체/언론에 공개한 것은 잇뮤직크리에이티브의 단독 결정이고, 이에 대해 사카모토 류이치의 소속사인 Kab Inc.가 직접적으로 항의했다. Kab Inc.는 사적으로 보낸 메세지가 사전에 동의 없이 언론에 공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으며 양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 건을 공개한 제보자 역시 Kab Inc. 측으로부터 받은 메일을 사전 동의 없이 외부에 공개한 것이 Kab Inc.에 알려져 이 또한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6월 22일 본인 사과문이 발표되고 생활음악 LP, 음원 발매를 취소하겠다고 알렸다.



Happy Birthday To You와 HAPPY BIRTHDAY 〜愛が生まれた〜 두 곡의 후렴구와 가사의 유사성






2002년에 발매된 성시경의 《Happy Birthday to You》가 1998년에 발매된 안전지대의 보컬 타마키 코지의 동명 솔로곡과 번안곡 수준으로 상당히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멜로디 뿐만이 아니라 노래 제목부터 Happy happy birthday to you라는 핵심 가사까지 정확하게 같다. 해당 곡은 유희열이 작사·작곡·편곡까지 맡았으며 실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 등록된 작사·작곡·편곡자는 유희열 단독이다.



Please Don't Go My Girl의 인트로와 Body Bumpin의 후렴구의 유사성






2013년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 참가해 작곡한 《Please Don’t Go My Girl (Feat. 김조한)》이 Public Announcement의 《Body Bumpin》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특히 실제 안무로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방송에서 유희열이 자신이 본 것이라며 해당곡의 안무를 추면서 의심이 커진 상황이다.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는 "이 곡이 표절인지 아닌지는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전후 정황상 강한 의심이 든다."고 평했다.







너의 바다에 머무네와 エイプリルフール의 인트로 및 벌스의 유사성





토이의 《너의 바다에 머무네》와 토미타 랩의 《エイプリルフール》 역시 유사성 의혹을 받고 있다.


2022년 7월 18일에 19일의 마지막 촬영을 끝으로 13년만에 스케치북을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7월 22일 방영되는 600회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하차하면서 밝힌 입장문에는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자신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다.', '앞으로는 내 자신을 엄격히 살피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즉 사과의 내용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한 사과이지 표절 의혹에 대한 인정은 아니다.

표절 의혹에 관한 유희열 본인의 종합적인 입장은 최초 논란이 된 곡인 <아주 사적인 밤>에 관한 의혹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후 일부 유튜버의 클립 영상을 바탕으로 제기된 연쇄적 의혹에는 동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대중이 이번 표절 시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작곡가 본인의 양심의 문제다. 대중음악계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작곡가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만큼만 표절하여 표절 시비를 교묘하게 피해나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배우는 과정에서나 실험해보는 과정에서 흉내내는 것을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혼자서 연습을 해보는 “습작”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의 “공식 발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유희열이 특히 1990년대에 객원 가수들을 모아 대중성과 음악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감성 넘치고 세련된 사운드의 대중 음악들을 다수 발표하고, 프로듀서로서 재능있는 신인 가수들을 다수 발굴해 한국 음악계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주지의 사실이지만, 유튜브 시대가 되어 전세계의 많은 자료를 자유롭게 하나의 플랫폼에서 공유되는 세상이 되니 예전에는 적당히 넘어가던 것을 이제는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유희열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유명 작곡가이자 연예인으로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걸출한 입담으로 음악인에서 라디오 DJ를 거쳐 유명 방송인으로 발돋움한 그가 2009년부터 수많은 메인스트림과 인디 뮤지션들을 가릴 것 없이 소개하며 13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KBS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1달 가량 하차하지 않고 방송상에서 끝까지 일언반구의 사과나 표절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를 옹호하는 많은 골수팬들이 있고, 계속 얼굴에 철판 깔고 나오며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태도에 많은 시청자들이 크게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소한 추후에 본인의 작품들과 논란이 되는 곡들이 음악의 배경이 되는 분위기나 사운드, 코드 진행뿐만 아니라 멜로디와 심지어 가사까지 너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누가 들어봐도 의심이 가는 정황이라면 지금처럼 유희열이 의도적인 표절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우려가 더 크다. 어쩌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고, 실수라고 뭉뚱그리기보다는 차라리 이러이러해서 자신의 색깔이 들어갔고 이러이러해서 원곡과는 다른 과정을 거쳐 자신의 오리지널 곡이 탄생했다고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티려고만 했다는 점이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인물을 무시하다 이슈가 커지자 그제서야 사과문이 올라왔고, 사카모토 류이치의 입장문 발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을 벌었음에도 후속 조치에 미흡했으며, 오히려 그 사이 다른 곡들로 표절 의혹이 확대되어 겉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다다르자 그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결과는 표절 의혹 부인과 방송 하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