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30.
크바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구 소련 구성국들과 폴란드 등 동유럽 일부 지역에서 생산/소비되는 저알코올 양조주 혹은 청량음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주류 관련 법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 1.2도 미만의 음료는 술이 아닌 무알코올 음료로 분류되므로 현지에서는 청량음료로 취급한다. 한국 주세법으로도 1도 미만이므로 청량음료다.
실제로 러시아 어린이들도 많이 마시며, 콜라와 함께 음료수계 양대산맥 정도 위치라 한국으로 치면 위상은 미미하게 술기운이 있는 발포주나 맥콜과 비슷하다. 그래도 알코올이 미량이나마 들어있으므로 주량이 적은 사람은 많이 마시면 맥주 약간 정도의 취기는 살짝 올라온다. 실제로 시판되는 크바스의 평균 알코올 함유량은 0.05도에서 1도 정도로 매우 낮다. 어원은 슬라브어파 언어에서 발효를 일컫는 단어인 크바스로 추측된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맥콜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맥콜이 보리를 첨가해서 만든다는 점 때문인데 크바스와 맛이 똑같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한 맛이 나기는 한다는 듯.
맛은 제조사마다 꽤 차이가 있는 편이다. 대체적으로 구수한 호밀빵의 향기가 그대로 나는 짭쪼름하고 달콤한 맛을 기본으로 하며 싼 제품의 경우 그냥 향만 살짝 낸 설탕물에 가까운 것도 있다. 대체로 진한 갈색에 가까운 물건일수록 제대로 된 풍미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원료가 되는 빵을 한번 더 구워서 로스팅하는 과정을 거치며 색이 검어지기 때문. 그 외에 러시아권에서는 러시아 전통 요리를 기반으로 한 패스트푸드점 Teremok를 볼 수 있는데 토핑을 고를 수 있는 팬케이크의 일종인 블리니나 메밀을 불려 죽처럼 끓여낸 까샤, 또는 구운 감자 으깬 것들에 각종 피클과 생맥주처럼 효모를 거르지 않은 시원한 생크바스를 곁들인 세트를 먹을 수 있다. 생크바스는 캔이나 페트병 제품과는 달리 짭조름하고 신맛이 덜하고 은은한 단맛과 빵 향기가 가득한 맥주 같은 느낌이다.
기원은 로마 제국 시대에 갈리아 지방(현 프랑스)에서 만들어 마시던 맥주의 직계 선조 격인 케르위시아(Cervisia. 또는 케르웨시아Cervesia)[4]라고 추측한다. 기후가 따뜻하고 토질이 좋아 밀로 만든 빵으로 빚어 꿀 등을 첨가해 마시던 세르비시아와 달리 척박한 땅과 추운 날씨에도 잘 자라는 호밀이나 보리 등 잡곡으로 만든 빵을 원료로 사용한다. 소련 붕괴 직후에는 서구 자본과 문화가 대거 유입되어 콜라, 맥주 등 서구 청량음료에 밀리기도 했지만, 이후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지자 다시금 인기를 얻었다. 특히 2009년 9월에 러시아 하원에서 맥주를 주류로 규정해 생산과 유통의 통제를 강화하는 주류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크바스는 술로 안 쳐서 해당 법의 통제를 받지 않고, 여전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시는 대중음료의 자리를 지킨다.
맥주와 다른 점은 곡식 그 자체의 싹을 틔워 엿기름을 만들어 제조하지 않고, 우선 빵을 만들고 그것을 그대로, 혹은 곱게 빻아서 효모, 설탕과 섞어서 물에 넣고 만든다는 것이다. 맥주보다 만들기 쉽기 때문에 빵 식사가 일반적인 현지 가정에서는 식사 후 남아도는 빵을 모아 직접 크바스를 만들기도 하며, 빵을 사용하는 것도 귀찮거나 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빵 대신 맥아즙을 첨부한 자가 크바스 양조 키트까지 구할 수 있다. 그냥 마시기도 하지만, 박하 등의 허브나 레몬, 건포도, 산딸기 등 베리 계통의 과일을 말린 것을 첨가해 마시기도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동구권 사람들은 서구권 사람들이 '어릴 적에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준 레모네이드'와 같은 이미지로 '어릴 적에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준 크바스'처럼 크바스를 친근하게 여긴다.
맥주처럼 쓴맛은 거의 나지 않고, 과일을 첨가한 것은 새콤달콤한 맛, 허브를 첨가한 것은 알싸한 맛도 난다.
갈증 해소에 좋고, 효모를 거르지 않고 바로 마시기 때문에 비타민 B 복합체가 풍부하다. 흔히 볼 수 있는 크바스는 호밀빵으로 만들며, 빛깔은 흑갈색 혹은 적갈색을 띄고 탄산이 함유되었다. 다만 맥주처럼 거품을 이룰 정도로 많지는 않다.
소련 붕괴 이후에는 급속한 민영화에 힘입어 대규모 음료 기업들이 크바스를 대량 생산해 팔고, 러시아에 진출한 코카콜라나 펩시 같은 외국 업계들도 현지화 전략으로 크바스 생산에 나섰다. 이런 기업형 대량 생산품 외에도 소련 시절 그랬듯이 트랙터나 트럭이 끌고 다니는 소형 물탱크에 크바스를 담아 거리에서 파는 노점들도 도시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노점에서는 보통 1회용 플라스틱 컵에 따라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손님이 페트병 등을 가져오면 병의 용량에 따라 돈을 더 받고 채워주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사는 서울의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5번 출구 주변이나 부산역 맞은 편 차이나타운 & 러시아 거리, 김해 동상동 외국인 거리 등에 있는 여러 상점에서 흑빵 등과 함께 팔고 있다. 가게에서 직접 만든 것을 콜라패트에 담아 팔기도 하고 상표 붙은 크바스를 수입해서 팔기도 한다. 주로 늦봄~초가을 동안 수입해서 파는 경우가 많고, 겨울에는 보기 힘들다. 가격대는 동대문역사공원역 기준으로 2리터에 만 원 정도 가격에 판다.
그냥 마시는 것 외에 러시아 요리에도 쓰이는데, 크바스에 잘게 썬 오이나 양파 등의 야채와 삶은 감자, 삶은 달걀, 햄 등을 섞어서 만드는 냉국 풍의 차가운 수프인 오크로시카가 유명하다. 크바스 버전 맥주 수프라고 보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