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23.
포도주는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서 만든 알코올성의 양조주를 일컫는다. 또한 넓은 의미에선 포도의 즙으로 만든 알코올성 음료뿐만 아니라 뭇 과실이나 꽃 혹은 약초를 발효시켜서 만든 알코올성 음료를 총칭하는 말로도 확장되어 쓰인다.
영어의 'Wine'은 한국어로는 포도주로 번역하나 엄밀히 말해서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Wine은 1차적으로는 포도주를 일컫지만, 과실주 전반을 뜻하는 말로 확장되어 쓰이기 때문이다. 이 때는 해당 작물이나 곡류의 이름을 함께 병기하여 블루베리 와인, 라즈베리 와인, 아이스베리 와인, 체리 와인, 감 와인 등으로 쓴다. 다만 Wine이 본래는 포도주의 의미이고 블루베리 와인이니 체리 와인이니 하는 건 유자차, 인삼차같은 것이라서 "Wine=포도주"라는 번역이 오역인 건 아니다. 통상 언론이나 성경, 신화 등 전근대 서양 배경의 매체 같은 고전 번역처럼 영어식 외래어 표기를 꺼리는 경우엔 '포도주'라 표기하고, 현대 일상사회에서 대중적으론 '와인'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이 문서도 포도주와 와인을 혼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쪽으로 통일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원복 교수의 같은 작품이지만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현대 사회까지 '포도주'로 통일했고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에서는 전근대 사회까지 '와인'으로 통일했다.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는 비노(vino)로 철자는 같지만, 발음은 약간 다르다.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와인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최근엔 옐로우 와인(Yellow Wine)이나 앰버 와인(Amber Wine) 등 기존 분류에 새로운 와인 종류가 추가되기도 한다.
와인 성분을 들여다보면, 레드 와인은 평균적으로 수분 86%, 에탄올(알코올) 12%, 글리세롤 1%, 유기산 0.4%, 타닌 및 폴리페놀계 화합물 0.1%, 기타 성분 0.5%로 구성된다.
포도주를 마시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중매체에서 포도주가 자주 등장하고, 쉽게쉽게 마시는 장면이 많아 막연하게 맥주급으로 도수가 낮은 술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기 쉬운데 사실 생각보다 도수가 강한 편이다. 희석식 소주가 20도 후반을 찍곤 했던 과거에는 약한 술이었지만, 도수가 센 포도주는 과일소주보다 높고 지금의 희석식 소주와는 조금 낮거나 비슷한 정도이다. 그래서 포도주를 처음 마시는 사람들 중에는 생각보다 강한 도수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와인의 첫 생산은 1968년 '선리 포트 와인'이 시초이나, 본격적으로 와인이 대중화된 것은 해태주조, OB 등이 1970년대 와인 산업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이다. 정확히는 1976년 막걸리 생산이 금지되던 시절에 동양맥주가 정부의 권유를 받아 경상북도 경산에 농장, 공장을 세워 생산한 브랜드로 1977년 '마주앙'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한국의 와인은 호황 길을 걷지만, 1990년대 와인의 수입 자유화와 맞물려 경쟁이 심해지자 국산 와인은 점점 그 자취를 감추게 되어 한국에서 발효 및 숙성하는 것을 포기하고, 외국에서 원액을 벌크로 수입, 병입만 해서 판매하는 명맥만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형 농가가 등장하면서 명맥만 유지한 와인 사업이 부활되기 시작했지만 기술이 부족해서 무엇보다 직접 재배한 포도 당도가 부족한 상황이 많았다. 그러나 당도 등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면서 2010년대 현재는 미식가와 호텔 레스토랑 등의 고급 시장에도 어느 정도 진출한 상황이다. 2020년대 초 기준으로 한국 와인은 경북 영천, 충북 영동등의 포도 산지를 중심으로 큰 성장을 보였다. 1990년부터 해당 지자체와 농가들이 6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와이너리 산업을 지원했고 지금 어느 정도 입지를 다졌다.
레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등의 양조용 품종이 한국 기후와 맞지 않다는 한계탓에 거봉, 캠벨, MBA 등 생식용 포도 중 당도가 높은 품종으로 빚는 와인이 주류이며, 화이트 와인은 양조용 청포도 품종 중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 종이 한국 기후에 어찌어찌 적응하여 머스캣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도 생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 개발된 청수가 화이트 와인의 주요 품종으로 등극했다. 본래 생식용으로 1990년대에 개발된 품종이었으나 알들이 송이에서 떨어지는 등 재배가 어려워 외면받은 품종이었는데,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 시 품질이 훌륭하여 현재는 양조용으로 대부분을 생산한다고 한다. 청수 품종으로 날개를 단 화이트 와인의 경우 동일 가격대의 수입 화이트 와인과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와인이 꽤나 많이 생겼다. 레드 와인 역시 많은 과제가 있지만 과거와 달리 수입산 포도주와 비교해도 꽤 좋은 제품이 많다.
일단 술에 들어간 알코올은 그 자체로 WHO 선정 1군 발암물질(발암성이 확실하게 확인된 물질)이며, 체내에서 분해될 때 아세트알데히드가 발생하여 간을 훼손시키고 암을 유발한다. 여기에는 와인이든 맥주든 기타 주류든 다를 것이 없다. 며칠에 술 한 잔조차 각종 암 발병률을 높이며, 건강을 따진다면 한 방울의 술도 먹지 않는 것이 먹는 것보다 몸에는 더 이롭다. '포도에 있는 폴리페놀이 항산화 물질이라 몸에 좋다' 등의 이론적이고 1차원적인 이야기가 이미 세간에 유명하지만, 바이오플라보노이드인 폴리페놀은 생체 활용도가 매우 낮으며 겨우 와인에 들어 있는 정도로 섭취한다고 거시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남유럽 사람들은 와인을 많이 마시니 평균수명도 길고 건강하다."라며 와인의 효능을 주장하는 소위 '프렌치 패러독스' 설은 사실 전형적인 결과에 맞추어 원인을 잘못 분석하는 경우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같은 유럽의 전통적인 와인 대국 국민들은 와인 때문에 건강한 것이 아니라, 유럽의 경제적 영향력과 선진적 의료 체계, 그리고 고도의 공공 부조 같은 복지 체계의 영향이다. 인류학계에서는 이와 더불어 사회 문화적 배경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와인 산지인 남유럽은 우선 날씨와 환경이 좋고, 그리스-로마 고전 문화와 중세 유럽 문화의 중심 지역들이라 식문화 같은 무형 문화 유산 자체가 굉장히 풍부하며, 지리적으로도 지중해를 끼고 있어 먹거리가 다양하다. 게다가 이 지역은 대서양-북유럽권과 달리 아직도 여유로운 공동체 문화에 기반한 사회적 규범, 에티켓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런 역사적, 사회 문화적 배경은 이곳의 사람들이 비교적 외향적이고 건강하며 전원적인 일상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였다. 와인 문화도 이런 사회 발전 과정의 일부로서 남아있는 것이다. 당장 헝가리, 루마니아, 조지아 같은 동유럽 나라들과 중남미의 칠레도 상당한 와인 소비국이지만 아무도 '와인을 마셔서 건강한 헝가리인'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세계 최대의 포도 생산국은 중국이지만 중국인이 장수한다는 풍문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프랑스의 장수 노인 잔 루이즈 칼망이 122세까지 사는 기록을 달성하자 언론에서는 레드 와인에 들어있는 트랜스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장수의 비결이 아닌가 주목했다. 이는 상술한 바이오플라보노이드의 하나로 레스베라트롤 이외에도 커세틴이나 커큐민 등이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물질로 꼽힌다. 그러나 프랑스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2020년 기준 83세로, 84세인 한국보다 낮고 주요 선진국과 비등비등한 수준이다. 만약 와인이나 포도가 장수의 비결이었다면 프랑스인의 기대 수명은 와인을 잘 먹지 않는 문화권에 비하여 유의미하게 높았어야 했다. 끼니마다 와인을 즐기는 프랑스는 간암 발생률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적당히 즐기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